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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두피플 2기

안희열의 <<바울, 교회에서 길을 찾다>>

白부장 2021. 4. 23. 15:10

 

한국교회의 위기, 1세기 가정교회 선교 정신에서 답을 찾다.

 누구든지 지금의 한국교회가 위기 속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그에 대한 해답 역시 다방면에서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문학적, 사회학적 통찰을 가지고 교회의 상처에 어슴푸레 응급처치했을 뿐이지,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본서는 성경에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 지루하고 반복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초대교회의 면모를 꼼꼼히 반복해가는데 오직 신약성경의 진술에 의존하여 그리한다. 지름길을 찾아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돌아가더라도 바른 길을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본서는 그런 면에서 꽤 충실하다. 교회의 문제를 단순히 지적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나의 아픔으로 여겨 함께 고난의 역경을 거쳐 결국 밝아올 소망의 날을 기대하는 모든 성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익숙한 명제를 깊이 이해하기

 교회는 교회당이 아니고 어떤 제도도 아니며 성도들의 모임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명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실책을 범하는가? 특히 코로나-19의 펜데믹을 거치면서 우리의 영적 실력이 드러난 상황에서 더욱 그렇지 않은가? 익숙하게 예배드리던 공간이 삭제된 상황에서 우리의 영성은 어느 정도로 유지되는가? 

 1세기 가정교회는 "솔선수범해서 전염병으로 고통 당하는 이웃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돌보는 데 앞장섰다(30쪽)"는 기록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영성(예배)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전염병 상황에서 응당 가져야할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성도들의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대면예배의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지만, 우리는 너무 건물로서의 교회 안으로의 회집에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본령을 놓지 말기

신약 교회의 네 가지 정신 (87쪽)
① 원형 교회를 세우는 것
② 애찬식(주의 만찬식)이 있는 천국 잔치를 여는 것
③ 평신도에게 사역을 나눠 주는 것
④ 영혼 구령하여 제자를 만드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313년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공인 이전의 교회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지시하시고 그 제자들이 세운 교회의 본래 모습을 찾는 노력에 천착해야 한다. 우리는 갈 길 없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의 답을 찾아내도록 몰아세워진 존재들이 아니라, 교회의 원형을 이미 갖고 있기에 "회복"의 요구를 받는 공동체이다.

 또한 할례나 안식법 등의 민족적 규례를 앞세우지 않고 선교적 목적으로 이방인과 '식탁 교제'를 가능케 한 예루살렘 교회의 자유를 보라. 유대적 표지에 목숨을 내거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가정(도머스) 안으로 차별없이 모두를 들어오게 허용하는 넓은 품이 원형교회의 것이었다. 

 한편, 초대교회는 빌립, 아굴라와 브리스가, 루디아, 빌레몬, 뵈뵈와 같은 평신도 리더들이 넘쳐났음을 기억해야 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국가교회 안에서의 개혁이라는 반쪽자리 개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을 추구하며 평신도들에게로 사역의 본질을 공유하였다. 한국교회 역시 그러고 있는가? 어쩌면 어디선가 신학을 하지 않는 선교단체 간사들을 향한 고압적 자세가 여전한 것들이, 우리의 일종의 사역적 기득권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마태복음 28:19-20의 지상명령을 되새기며 영혼 구령과 제자화에 목숨을 거는 일이 교회의 본령이다. 단순한 교인의 숫자를 늘리는데 집중된 사역은, 거룩한 사역을 가장한 세속화의 또다른 지표이리라. "양보다 질"이라는 격언이 어디에나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사역에는 분명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사역의 성공여부는-오직 주님만 아시지만-제자화의 정도이다.

 

최고의 샘플, 안디옥교회의 착한 선교 주목하기

 안디옥교회는 다음의 네 가지를 통해 선교적 교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1) 꿈과 희망 제공

안디옥은 인구 밀도가 높고 전염병에 취약한 인슐라 구조를 가졌을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치안마저 너무 불안한 도시였다. 이러한 도시에 희생과 섬김으로 일종의 도시재생 사업의 선교적 전략을 성취한 것이 안디옥교회였다. 

2) 집주인의 탁월한 사역

신앙심 좋은 집 주인이 자신의 집을 오픈해서 가정교회 예배 드리는 것이 얼마나 교회를 향해 얼마나 큰 기여인지 생각해보라. 더구나 그들이 예루살렘교회의 기근 때 구제 헌금을 보내는 일까지 감당했다.  

3) 무명인 여성 리더들의 헌신

교회의 본령인 애찬식을 위해 많은 여성이 헌신했고, 손수 음식을 장만하고 아이들과 노약자들을 돌봄을 통해 가정교회를 풍성하게 한 것 역시 그들 여성이었다. 예를 들어, 시므온과 루기오와 마나엔의 아내들을 보라. 

4) 자립 선교 제시  

1세기 가정교회는 20-40명 정도 모이는 소규모 교회였다. 온갖 박해까지 난무했기 때문에 가정교회의 자립경영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폐쇄적인 회당과 달리 가정교회는 예수님의 자녀가 되면 집을 개방해 교회로 사용하는데 헌신적이었다. 

     

제국마저 극복하는 다이내믹 선교

1) 우리는 하나다

① 애찬식
② 주의 만찬식
③ 세례

 

2) 내려놓음으로 살아야 공동체가 산다

① 자신의 영적 거만함을 조심하라
② 이단에 빠지지 말라

 

3) 거룩한 삶이 누룩처럼 번지게 하라.

① 목욕 문화: 혼탕 문화에 대한 거부
② 노예 문화: 노예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을 거부
③ 결혼 문화: 이혼과 재혼이 흔한 문화 거부-'끝까지 서로 사랑하라'

 

4) 죽으면 죽으리라.

"나는 주의 밀알이며, 그리스도의 정결한 양식이 되기 위해 맹수들의 아빨에 갈리는 것입니다." (이그나티우스)
"순교자(폴리갑)는 그런 불길 한가운데서 타고 있는 육신이 아니라 구워지고 있는 빵처럼, 또는 화로에서 정련되고 있는 금이나 은과 같은 모습이었다." (235쪽)

 

두고두고 읽기

본서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는 바울 서신을 비롯해 신약 성경을 이해하는 보조수단으로 너무 탁월하다는 것이다. 바울과 1차독자 사이 주고 받았던 복음 안에서의 대화의 기록되지 않은 여백을 채우는데 충분히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당시 가옥구조, 로마시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이 성경해석학적 유익을 준다.

 두번째 장점은 현대적 조직경영의 차원이 아니라, 교회의 본령에 천착한 교회론 제시에 있다. 단순하게 "가정교회"라는 논쟁적인 명제에 집중하면 그 시야가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성경적 기반 위의 교회는, 우리가 그동안 많이도 되내였지만, 실상은 놓치고 살았을지 모를 "초대교회"의 본래적 가치들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전통적 교회의 보수가 아니라, 선교적 교회, 초대교회, 성경적 교회를 회복하기를 원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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