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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두피플 2기

이동원의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

白부장 2020. 12. 31. 15:29

 

 

이동원 목사님의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는 《천로역정》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바로 잡는데서 시작된다. 그 오해는 바로 《천로역정》은 한 개인이 죽은 후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2편까지 살펴보면, 《천로역정》이 하나님 나라의 미래성뿐만 아니라 현재성까지 강조한다는데 집중한다. 그로부터 저자 자신의 풍부한 목회 경험을 반추하며 13가지 사역을 《천로역정》을 통해 전망하고 있다. 저자가 바라듯이 하나님 나라를 향해 순례하는 자들, 특히 사역자로 하나님 앞에 부름 받은 사람들에게 귀한 통찰을 주는 저작이라 생각한다. 

 

1. 천로역정과 전도 사역

 바울 사도의 마지막 말(디모데후서)이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4:5)인 것에서 드러나듯 그리스도인들에게 전도자의 직무는 막중한 사명이다. 저자는 《천로역정》의 ‘크리스천’이 “내가 어떻게 구원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라는 울부짖음에 ‘전도자’가 하나님의 말씀의 빛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전도자가 십자가에 도달하게 하는 사람, 다시 율법주의로 되돌아가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도자는 크리스천들을 기다리는 유혹과 박해에 미혹되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밝힌다. 

 

2. 천로역정과 교회 사역

 교회는 어떤 곳인가? 교회는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니라”(딤전 3:15)고 성경은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교회 사역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다. 

첫째, 영적 지도자의 인도를 통해 실현되는 사역 
둘째, 성경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세우는 사역
셋째,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드러내는 사역

 

 그 중, 영적 지도자의 인도를 통해 실현되는 사역에서 저자는, 은사에 따른 목자 역할의 다양성을 주목한다.  《천로역정》에서 ‘지식’, ‘경험’, ‘경계’, ‘성실’의 4명의 목자를 통해 양들이 건강하게 영적/인격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게 한다. 

 

3. 천로역정과 가정 사역

 믿음으로 노아는 아직 보이지 않는 일에 경고하심을 받아 경외함으로 방주를 준비하여 그 집을 구원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죄하고 믿음을 따르는 의의 상속자가 되었느니라”(히 11:7)라는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아는 어두운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가정을 통해 그 시대에 믿음의 상속자로 빛을 남겼다(77쪽)고 저자는 말한다. 

 나아가 “두 사람이 뜻이 같지 않은데 어찌 동행하겠으며”(암 3:3)라는 말씀을 통해 한 가정이 같은 신앙과 그에 근거한 가치관의 일치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섬겨야 함을 강조한다. 신약에서 1세기 초 초대교회가 가정공동체를 중심으로 헌신하여 세상을 뒤흔드는 거룩한 영향을 끼친 사실을 기억하며 현 시대 우리의 가정에 적용해야 한다. 

 

4. 천로역정과 영적 전쟁 사역

 영적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영적 무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말씀”과 “기도”이다. 《천로역정》에서도 순례자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집’에 들어갔을 때 에베소서의 말씀에 근거해 <칼과 방패, 투구, 흉배, 기도문, 닳지 않은 신발 등>이 있음을 보여준다. 《천로역정》 2편에서도 크리스티아나 등의 무리들을 돕는 ‘용감’ 씨와 ‘진리의 용사’를 보여주며 말씀과 중보의 기도로 여러 성도의 영적 전쟁을 돕는 용사가 있음(100쪽)을 묘사한다.

 

5. 천로역정과 치유 사역

 치유 사역에서 핵심은 의료적 치유와 영적 치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천로역정》에서도 의사 노련 씨가 그리스도의 피와 살로 된 약을 처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 사역은 단순한 의료 행위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나아가게 하는 회개 사역을 동반하는 영적 치유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6. 천로역정과 손 대접 사역

 율법의 가르침, 하나님 나라의 핵심 가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이웃 사랑은 손 대접을 통해 구동된다.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 13:1-2)

 그러나 손 대접은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조항이 아니라, 은사적 청지기 사역임을 명시하여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같이 하라 …”(벧전 4:11)

 

7. 천로역정과 사회 섬김 사역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사회 섬김 사역을 두 가지 부류로 지혜롭게 구분하였다. 첫째는 <사회 봉사 사역>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자비 사역’ 혹은 ‘긍휼 사역’이라 불린다.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눅 10:33)

 둘째는 <사회 행동 사역>이고, 이 사역의 동기는 ‘정의’이다. 한국 교회에서도 승동교회(옛날 곤당골교회)의 사례가 좋은 모범이 된다. 사무엘 무어 선교사가 백정 박성춘의 전염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백정 차별법 폐지 상소’를 올려 1895년에 조정의 허락을 받은 과정이 현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천로역정》 1편에서 신실 씨가 순교 당했던 곳을 2편에서 다시 방문할 때, 그곳이 “순교한 신실 씨의 피가 그들에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로 변화된 것을 기억하자. 우리의 순교는 선교사로서 선교지에서 처형당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한 온 영역에 하나님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러하기까지 받을 핍박과 박해와 어려움, 그리고 그것의 모든 기반이 되는 자기부인의 삶이 바로 이러한 순교자의 피가 될 줄로 믿고 나아가야 한다. 

 

8. 천로역정과 어린이 사역

 《천로역정》 2편에서 분별과 크리스티아나의 자녀들의 교리 문답 나눔의 현장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구원의 확인으로 다뤄지고 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서 구원의 확신을 갖도록 도울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 사역에 유능한 자로 세워가야 한다. 

 

9. 천로역정과 노인 사역

 《천로역정》 2편에는 ‘현자’ 혹은 ‘현명’ 씨란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크리스티아나와 그녀의 네 아들을 천로역정의 길로 인도한다. 《천로역정》에는 정직이라는 노인이 부각돼 “은혜가 다스리십니다”라는 유언을 남기게 한다. 

 성경에서도 갈렙이 좋은 모본을 보인다. 평생을 2인자로 살면서도 “이르되 내게 복을 주소서 아버지께서 나를 네겝 땅으로 보내시오니 샘물도 내게 주소서 하매 갈렙이 윗샘과 아랫샘을 그에게 주었더라”(수 15:19)에서처럼, 끝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노인 사역의 진가가 될 수 있다. 

 

10. 천로역정과 장애인 사역

 저자는 우리 예수님께서 ‘맹인’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으셨던 섬세함에 주목한다. 《천로역정》에서도 존 번연이 지팡이를 짚는 사람을 ‘주저’ 씨로, 정신 지체를 앓는 사람을 ‘약한 마음’ 씨로 부르는 것을 보라. 우리 역시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분들을 유의 깊고 섬세하게 대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거창한 사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디테일에서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11. 천로역정과 중보기도 사역

 중보기도 사역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여전히 세상은 악하고, 악한 마귀는 신자들을 넘어뜨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 때부터 현재까지 세상은 신자들을 계속 위협한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요일 2:16)

 이는 신약시대에만 특정된 어떤 명제가 아니다. 태초에 타락의 근원에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본 순간 인류의 반응을 보라. <먹음직하고(육신의 정욕), 보암직하고(안목의 정욕), 지혜롭게 할 만큼 네가 하나님처럼 높아진다고(이생의 자랑) 느끼게 했던 것이 바로 동일한 유혹의 방편>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순례과정에서의 승리를 위해 중보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천로역정》에서 ‘확고부동’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 향해 들고서 중보 한다. 우리 역시 나 자신과 가족, 이웃, 동역자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열강의 위정자들을 위해서 중보할 것을 분명히 기억하자. 

         

12. 천로역정과 성경 해석 사역

 올바르게 성경을 해석하려면, <본문의 문자 뜻을 원 의미대로 풀어야 한다>, <성경의 핵심이신 그리스도에게로 우리를 인도해야 한다>, <성경 해석 사역을 통해 성도를 교회 공동체의 교제 안에 머물게 해야 한다>의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천로역정》 2편에서도 크리스티아나와 자녀들 순례단이 해석자의 집에서 “왕은 자기 백성을 그의 날개 아래 이렇게 품으신다”고 말하며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 교회가 성도를 따뜻하게 보호하고 품는 그림을 그려준다.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행 17:6)과는 다르게, 교회는 성도를 성경 해석을 통해 따뜻하게 품어준다.

 

13. 천로역정과 호스피스 사역

 천국의 길로 인도하는 호스피스 사역에서는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저자는,

<하나님의 백성 된 확신을 나눠야 할 것>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해야 할 것>
<하나님의 영광스런 준비를 보게 할 것>

이 호스피스 사역의 핵심이라고 정리한다.

 

 

 본서는 《천로역정》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킨다. 《천로역정》 1, 2편을 두루 살피면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미래성의 균형을 잡는다. 특히 《천로역정》이 받는 비판 중에 하나인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 부족이 오해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더구나 본서는 우리나라 복음주의 1세대인 원로 목사님의 경험이 담담하게 녹여져 있어서, 그 길을 쫓는 후배 사역자들에게 귀중한 모범이 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여러 사역-예를 들면, 호스피스 사역, 노인 사역 등-들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것만 해도 본서의 가치는 특별하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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