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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두피플 2기

스카이 제서니의 <<예수님의 진심>>

白부장 2020. 9. 30. 21:10

산상수훈을 통해 듣는 예수님의 진심 What If Jesus Was Serious?

설교자의 유혹

 설교자에게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일까? 많은 유혹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아마 "독야청청(獨也靑靑)의 만족"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연구하고 기도하며 청중들의 필요를 하나님의 마음에 잇대어 비춰보는 시간은 결코 녹록지 않고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 과정은 각 설교자마다 다양하게 구현되겠지만 설교 한 편이 쉽게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족한 설교자가 말씀을 아는 깊이가 얕은 것이 제일 큰 문제이겠지만, 더욱 심란한 문제는 바로 성경을 통해 받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는 "설교 전달"의 막막함이다. 청중들에게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해내면 과연 두루뭉술하게 퍼져 있는 타락한 인생의 환부를 예리하게 도려낼 수 있을까 싶은, 그 막막함은 설교 준비과정에 있어 상존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획기적이고 결정적인 도움을 줄 만한 방법론은 없는 듯하다. 단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기른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닐뿐더러,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청중들과의 공적, 사적 관계가 깊어져 그들을 이해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필경 어마 무시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설교자들은 하나님과 본인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에만 집중하게 된다. 내가 말씀을 통해 받은 은혜가 있고 내가 하나님 앞에서만 떳떳하고 성실하게 말씀을 준비했으면 다음 사역은 성령님의 것이니 나는 상관 안 한다며, 설교 전달과 관련해 사실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하나님의 사역을 의지한다는 겸손한 영성으로  포장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이게 개인적으로 설교자로서 부딪히곤 하는 그런 유혹이자 어려움이다. 

 이와 관련해 단기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한편으로 좋은 개선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롤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본서 <<예수님의 진심>>은 그런 면에서, 메시지의 탁월한 전달을 꿈꾸는 설교자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스카이 제서니는 진지하고 심각한 산상수훈의 말씀을, 예리하고 통찰력 있게 제련하여 전달함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케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쉬이 오도하지도 않는다. 통찰력 있고 명확한 쉬운 언어 속에 담긴 그 메시지는 여전히 진중하여 다 읽고 나서도 몇 번이고 곱씹게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말씀을 진지하게 받았다는 증거이니만큼 하나님의 뜻이 저자를 통해 온전히 전달되었다고 아니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본서를 읽으며 저자의 탁월한 전달력에 연신 감탄을 쏟아냈던 경험들이 이 책의 첫 인상이었다.

 

성도의 유혹

 우리는 때로는 좋은 말씀을 읽고 듣는 것 자체가 거룩한 신앙행위라 착각하고는 한다. 전체 성경을 받아 읽고 묵상하는 것의 장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때로는 이런 통독에의 강조가 그저 '읽는 행위' 자체의 만족으로 그칠 때가 있다. "나는 성경을 몇 독을 했어요.", "그 내용은 저도 알아요."와 같은 말을 들을 때는, 성경무지 시대에 그와 같은 열정이 그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저 읽고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빠지기 쉬운 유혹은 성경의 내용을 그저 지식적으로, 정보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런데 본서는 산상수훈의 내용을 그저 정보로 다루기를 거부하게 한다.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말씀의 심연을 맞닿게 하는 저자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각 과마다 삽입된 삽화가 멈춰 서서 "내가 이 말씀의 내용을 진정 이해하고 있나?", "내가 이 말씀을 마음에 심어두고 있나?", "내가 말씀대로 순종하기 위해 이 말씀을 이 정도로 곱씹고 있나?" 생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보자. 저자는 236쪽에서 성도가 관심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하고 또 가장 먼저 순종해야 하는지를 위의 다이어그램으로 깔끔하게 표현해냈다. 글을 다 읽고나서 저 삽화를 보고있으면 내가 바로 이해했는지, 그 이해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담겼는지,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우리가 성경을 대할 때 호기심과 궁금증 해결의 방편으로 여겨서는 안 되고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함임을 단번에 알아채릴 수 있어 좋았다. 백마디 말이나 설득보다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확실한 이미지가 그려져서 마음에 깊이 심겼다. 그리고 신학도로서 성경을 대할 때 철학적 태도를 버리고 순종하기 위해, 거룩하게 살기 위해 성도로 하나님께 반응하기 위해 성경을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은 간단한 삽화를 삽입했을 뿐이지만, 그를 통해 산상수훈 메시지를 전인적으로 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진심

 예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를 딛고 일어서려는 목적으로 저술되었다. 저자의 다음 일갈은 너무나 이 시대를 정확하게 읽어낸다.

예수님을 찬양하는 것과 그분께 실제로 순종하는 것, 이 둘 사이의 긴장이 현대 기독교가 도덕적 권위와 영적 신뢰성을 잃어버린 결정적인 이유다. ... 현대 크리스천들이 너무도 쉽게 산상수훈을 무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독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 그것은 오늘날 예수님의 제자들이 전혀 예수님의 제자답게 행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6쪽)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와 같은 구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실제 그 말씀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 삶으로 순종하는 참 제자들은 없고, 콘서트 장과 같은 화려한 예배당 속에 머물며 그저 카타르시스를 사방으로 배출해내는 팔로워들만 남은 현 시대를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이다. 그 변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에 앞서 저자는 현대 복음주의 안에 거하는 모든 교회들에게 크리스마스 트리의 교훈을 상기시켜준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실제 나무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초점은 가지의 열매가 아니라 뿌리의 깊이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살면 열매는 저절로 맺히게 되어 있다."(230쪽) 

 이렇듯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 하나님의 임재가 가장 큰 선물인줄 알고 그 분의 말씀 가운데 거하는 삶에서부터 하나씩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개혁의 출발은 언제든지 성도의 내면으로부터임을 잊지 말라 촉구한다. 자칫 잘못하면, 하나님께 사용되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선교주의"에 빠져 정작 하나님과의 관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패트릭의 흉배"라고 불리는 아래의 기도문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스도여, 나와 함께 하옵소서. 내 앞에 계시옵소서. 내 뒤에 계시옵소서. 내 안에 계시옵소서.
내 아래 계시옵소서. 내 위에 계시옵소서. 내 오른편에 계시옵소서. 내 왼편에 계시옵소서.
내가 누울 때 함께 계시옵소서. 내가 앉을 때 함께 계시옵소서. 내가 일어설 때 함께 계시옵소서.
나를 생각하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계시옵소서. 나에 관해 말하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계시옵소서.
나를 보는 모든 눈에 계시옵소서. 내 말을 듣는 모든 귀에 계시옵소서. (173-74쪽)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 예수님은 자신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길 원하신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 자체와 분리할 수 없기에 그 분의 말씀을 대하는 방식이 곧 그 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똑똑하시다. 그리고 진지하시다. 당신이 그분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분을 따른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그분을 따르면 우리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라. (272쪽)

저자의 마지막 일갈이다. 저자의 이 메시지가 예수님의 진심과 다를 게 무엇이랴. 예수님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본서는 쉽게 읽힌다. 그러나 본서의 최대 강점은 쉽게 읽히지만 읽고 보고 난 뒤에 왠지 마음이 먹먹하게 만드는데 있다. "나는 정말 예수님께 진지한가?", "나는 정말 예수님을 도구로 이용하지 않고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함께 하고 있는가?", "최후 심판의 날, 주님께 칭찬받는 종일까? 참된 제자일까?" 이런저런 질문들로 내 머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나아가 내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성도라면-그가 사역자의 직분을 갖고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본서를 한 번쯤은 꼭 읽고 묵상하길 바란다. 주를 참되게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본서를 권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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