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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설교와 설교자 (11년 11월)

白부장 2016. 7. 6. 00:56

사실 개인적으로 간사로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설교자로서의 도전이었다. 감사하게도 학부시절에 탁월하신 간사님들에게 좋은 설교를 듣고 마음껏 영적 씨름을 할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나를 영적으로 살찌워갔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나 역시도 그런 설교자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말씀으로 도전하고 싶었고, 실제적으로 말씀으로 한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을 옆에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 간사가 되어서 현장에서 설교를 하며 지내온 지난 9개월 정도의 시간동안 내가 느낀 것은 철저한 무력감이다. 내 자신이 설교자로서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반성과 함께 실제 캠퍼스 간사 사역은 설교만 할 수 있는 여건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마틴 로이드존스의 설교와 설교자는 내게 다시 한 번 설교자로서 제대로 하나님 앞에 설 것에 대해서 도전하고 있어 감사하다. 물론 지역교회 사역이 아니라 캠퍼스 사역을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 몇 가지를 연세죠이의 설교자로 서 있는 내게 적용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메시지의 내용은 강단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회중들의 영적 상태를 철저히 강단에서 파악하고 가늠하여 거기에 맞는 말씀을 준비하여 선포하는 것! 그리고 회중들의 영적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은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과 원투원을 통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진정한 회심, 중생을 경험한 학생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들은 구원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고, 구원 이후에 누려야할 영생에의 기쁨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지체들이 많다. 그리고 지금 우리 죠이어들이 자라왔고 자라고 있는 환경은 신앙에의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설교문을 준비할 때나 설교행위를 할 때 내 안에 알게 모르게 전제되는 부분은, “이 정도는 알겠지.”, “그래도 이건 기본인데.”하는 마음들이 있다. 이성과 경험으로는 많은 죠이어들이 진정한 회심을 경험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교문을 준비하는 시간에는 오히려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타겟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 신앙과 성경에 대한 기본 배경이 있다는 전제 하에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말씀 전한 후에 그룹별로 말씀 나눔을 하는 것을 듣게 되면 마음이 답답했던 적이 많다. 전에는 단지 이것을 커뮤니케이션의 오해 정도로 치부했는데, 어쩌면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 바로 영적 수준과 말씀 배경지식에 대한 가늠을 너무 높게 잡은 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씀을 준비하는 내내 내게 주시는 마음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실제 말씀을 듣는 회중의 수준을 묵상하면서 기도하면서 준비해야할 것이다.

 

두 번째는 설교자로서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반성이다. 대표간사님과 이야기하면서 사역자로서 개인 시간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반성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 부침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습관으로 굳어지고 확정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때 가장 집중이 잘되면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할 때인지 잘 파악할 필요가 있고 생활의 전반을 그 시간 확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파악하기에는 내가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부터 새벽시간이 가장 잘 집중된다고 알고 있으나 사실 그건 어쩌면 아침 시간 활용을 적극적으로 오랜 시간 습관들여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남은 한 학기와 적어도 겨울방학 때까지는 여러 시도들을 통해 내 몸과 정신과 영혼에 가장 적합한 시간들을 알아내고 그 시간을 영적으로 잘 활용하는 습관들을 구축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름부음이다. 아직까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틴 로이드존스가 말한 기름부음이 저자는 영성이나 경력이나 여러 면에서 개인적인 느낌과 잘 구별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겠지만, 이제 1년차 간사인 내게도 가능한 일일까? 여러 실패와 도전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그런 시간동안 내 메시지를 듣고 자라야할 회중들에게는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 초에 준비한 설교문을 하다가 갑자기 주신 마음이 있어서 방향을 틀어 원고에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기도로 마무리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회중들의 반응이 오히려 좋았던 것을 기억해본다. 어설프게나마 그런 경험이 아마 성령의 기름부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원고의 다른 문자들이 들어오지 않고 갑자기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몰아부침..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성숙하기까지 성실하게 설교문을 작성하고 되도록 개인적인 느낌으로 설교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런 기름부음을 기대하며 강단에 서도록 해야겠다. 아직까지는 부담이고 빨리 해치우고 싶은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인데, 기대하며 또 소망하며 하나님께서 이 예배에 어떤 일들을 하실지 기도하며 나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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