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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종교개혁과 목회자 훈련(김병훈, 2018)

白부장 2021. 11. 4. 21:35

# 요약

한국 교회의 신학교육이 위기라는 인식은 꽤 보편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해결 방안들이 비록 일치되지는 않지만, 윤리성을 제고하고 학문의 질적 저하를 막으면서도 복음의 소명을 확실히 한 건강한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데 최소한 합의를 이룬다. 본고는 종교개혁자-멜란히톤과 칼빈을 중심으로-의 목회자 양성 과정의 특징과 20세기 신학교육의 고민들을 살피면서 발견한 지혜를 현 시대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자들에게 핵심적인 교회개혁 과제는 바로 목회자의 교육 수준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당시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교육수준은 성직의 독점과 성례 집전 중심적인 사역으로 현격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반면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일을 교회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목회자가 이 직무를 잘 감당하기 위한 교육들을 받도록 하였다. 대표적으로 멜란히톤은 인문주의의 학습 도구를 사용해 성경을 연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성직자를 대학졸업자 이상으로 제한하였다. 비텐베르크 대학의 커리큘럼을 예로 들면, 성경의 진리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성경 원어를 신학공부의 기초로 삼고, 일반 청중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사학을 공부하였으며, 로마 가톨릭의 오류를 비평하기 위해 역사학을 신학교육에 포함시켰다. 이어서 멜란히톤은 롬바르두스의 『신학명제집』을 강의하던 중세의 사변적 스콜라 철학을 배제한 채 『성경』을 유일한 교재로 삼는 신학부 커리큘럼을 제정하기까지 나아갔다. 성경을 순서대로 통독하고 주요 성경구절들을 로찌 방식으로 정리하며, 성경이 복음을 말하는 방식을 익히는 훈련들에 매진한 것이다.

한편, 칼빈 역시 종교개혁에 있어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역시 목회자의 핵심은 말씀 강설을 통해 하늘의 교리를 선포하는 사역이라 생각했다. 교회는 연약한 인간들의 모임이기에 평생 학생으로서 하나님을 배워가야 한다는 신념 아래, 칼빈의 제네바 아카데미 역시 비텐베르크처럼 인문학과 교양과목을 강조하였다. 특히 이 아카데미는 목사뿐 아니라 시민지도자 양성을 추구했기에 일반계시 측면의 교양과정을 통한 하나님 알기도 함께 노력했다.

그러면 위의 종교개혁 신학교들을 따라갔던 20세기의 신학교육은 어떤 고민들을 가졌는가? 대표적으로 메이천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열면서 무엇보다 성경에의 헌신을 강조했다. 또한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계시를 참으로 논증하기 위한 “철학적 변증학”과 “유신론”을 기초로 하여 성경 원어 수업, 성경해석학을 중요과목으로 삼았다. 중세의 4중적 해석의 오류를 극복한-종교개혁이 주창한-성경의 명료성 교리를 담은 “성경신학”과 그 토대 위에 하나님의 말씀하신 바를 논리적으로 정리한 “조직신학”을 중심에 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신학”을 포함하여 개혁파 신학의 영광스러운 전통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이를 통해 메이천은 종교개혁자들의 교육방법론과 같은 맥락에서 성경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마틴 로이드-존스는 성경 원어나 인문주의적 방법론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며 성령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 주석을 통해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것 자체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런던 신학교) 중심에는 설교자와 목사는 태어나는 것이지 특정 교과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로이드-존스에게는 교육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던 종교개혁자들보다, 18세기 복음주의 대각성 운동 때의 무학자 설교자들이 더욱 강력한 표상이었던 것이다. 즉 그에게 설교자의 핵심 소명은 어떤 학문성의 제고보다,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으며 성령 하나님의 불을 받아 부흥을 일으키는 희생제사적 매개체가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1세기 한국 교회의 목회자 교육을 위한 토론을 위해 10가지 질문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신학교육에 관한 깊은 신학적 성찰과 고민, 교회 안에서의 공교회적 의견 수렴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신학방법론의 결정문제가 아니라, 신학교육이 시대 안에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갱신이 돼야한다는 우리 모두의 부담임을 나타낸다.


# 평가

본고는 현 시대 신학교육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개혁교회의 본령인 종교개혁의 신학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본고의 최대 장점은 종교개혁자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노력을 사례제시를 통해 명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로마 가톨릭의 교육수준이라든지, 종교개혁의 결실인 신학교들의 학위과정과 과목들이라든지, 기타 제시된 사례들을 읽으면 당시 종교개혁자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과 시대를 앞선 통찰이 어떠했는지 백 마디 설명보다 생생하게 마음으로 와 닿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생기게 된다. 모든 목회자들이 현 시대와 내 교회뿐만 아니라 오는 세대와 공교회를 위해 사역해야 한다고 믿는데, 이러한 종교개혁자들의 수고와 열정이 가득한 선지적 개혁들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울림이 상당하다. 과연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는가? 구조와 지속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품고 사역하는 모두에게 본고가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종교개혁 당시의 개혁 사례들-예를 들어,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자연과학과 수학의 교양과목을 듣거나 주당 27시간의 수업의 학습량을 감당했다-을 접하면서 거시적인 신학교육의 미래를 논하기 앞서 겸손하게 한 사람의 신학도로서 신학의 선조들처럼 폭 넓고 깊게 공부하고 있나 반성하게 하는 부수적(이자 개인적)인 효과도 있었다. 자칫 신학교에 와서 신학과 성경에 열정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신학도에게, 그리고 성도들의 삶의 문제와 그들의 삶의 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신학”만 외치는 외골수적인 사역자에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경종을 울려줄 만하다.

한편, 저자는 종교개혁의 후예들을 자처하는 현대의 우리가 자칫 그 정통성에 안주할까봐, 20세기의 메이천과 로이드-존스의 입장 차이를 제시함으로써 신학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 다만 이를 난잡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범주화시켜주는 전략을 채택한다. 이러한 지혜가 드러난 것이 바로 21세기 적용의 첫 번째 질문,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와 런던 신학교 사이에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라 할 수 있다. 진지하게 신학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첫 시작으로 본고를 삼아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되리라.

그러나 속 시원한 대안을 바라며 본고를 읽으면 안 된다. 그런데 역으로 말하면, 본고는 목회자 훈련의 방향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담아 진중한 문제제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바라기는, 앞으로 저자가 제시한 한국 교회 목회자 교육에 관한 10가지 토론을 위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이 각처에서 쏟아졌으면 한다.
1) 웨스트민스터 대 런던
2) 인문주의 학습 적용의 필요성
......
8) 미국의 신학교육 협의회가 제시한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의 목표에 대한 입장

(1) 신학적 사고 능력의 함양
(2) 목회의 현장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이해
(3) 목회에 필요한 자질을 개발
(4) 목회에 필요한 지도력의 함양과 활용

9) 한국 교회 실정에 맞는 커리큘럼의 필요성
10) 신학교육은 신학교에서 해야 하는가, 대학에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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